가능과 불가능의 차이

호주(Australia)의 다윈(Darwin)….. 전시회를 하러 2번 정도 갔던 기억이 난다.

호주의 북쪽 가운데, 가장 위에 위치한 곳으로, 개인적으로 참 매력적인 도시로 기억된다. 다윈은 호주의 한 겨울에도 낮에는 에어콘을 틀어야 할 정도로 더운 곳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에어콘을 꺼도 잠을 자기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다.

해질녁에 늘어 서기 시작하는 야시장은 너무 낭만적이다. 주위 환경과 잘 어울리는 천막 스텐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 하지만, 그 늘어서 있던 천막 스텐드를 따라 다양한 먹거라와 구경거리가 있어 저녁 석양의 붉은빛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 하기에 딱 좋았던 그런 곳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달이 뜨면, 세상이 온통 달빛으로 물들어 진다. 이 다윈은 적도 바로 밑이라 그런지, 달이 엄청 크고 너무 가까이 보이는 것이었다. 난 여기에서 처음으로 문텐이라 말을 들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해변에서 달빛에 몸을 태우는 ‘문텐’……., 너무 낭만적이다. 진짜 주위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 달빛에 테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여름 햇볕에 테닝을 하면 조금만 누워 있어도 새까맣게 금방 타 버리지만, 달빛의 테닝은 피부에 자극도 주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살짝 태워 준다나 어쩐다나…..,ㅋ 어쨋거나 다윈 겨울밤의 달빛 바닷가의 풍경은 아직도 내게 너무나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다윈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트쇼(Boat Show)에서 연락이 왔다. 참고적으로 이 호주의 보트쇼는 많은 관련 업체들이 서로 들어 오려고 대기줄이 엄청나게 길고, 또 전시를 주관하는 회사도 자부심이 대단하여 참가 하려는 회사들의 심사를 무척이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시회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정식 맴버가 되고, 맴버만이 전시회의 참가 자격이 주워진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다음주 목요일부터 퍼스에서 시작하는 보트쇼에 갑자기 캔슬이 난 부스가 있어 연락을 한 것이다. ‘올 수 있냐고’…….,OMG 난 당연히 갈 수 있다고 , 바로 전화 상으로 서류 보내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난 뛸듯이 기뻤다. 정말 꿈만 같았다. 이번에 이렇게 참석하게 되면 퍼스뿐 아니라 시드니, 멜번, 브리스베인 등 호주의 모든 보트쇼에 참석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동안 무척이나 공을 드렸던 전시회에 참가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다른 상황들은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니….,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참석을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정신을 좀 차리고, 같이 다윈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던 우리회사 매니저에게 얘기를 하니, 그 친구는 바로 퍼스에 다음주 목요일 전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우리가 이번주 일요일 저녁에 다윈에서 전시회가 끝나면, 자고 월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하루에 1,000 km씩 가도 4일은 걸리는데 어떻게 3일만에 가냐는 것이다. 여기 다윈에서 퍼스까지는 4,000 km가 좀 덜된다. 그친구 말대로 하루 1,000 km 씩 가면 물론 4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건 맞다. 그러나 나의 계산은 좀 달랐다. 하루가 24시간 3일이면 72시간이다. 시간당 100 km 만 가도 7,200 km 를 갈 수 있는 것이다. 난 좀 쉬면서 가도 이틀하고 반나절이면 충분히 도착이 ‘가능’ 하다고 말 해 주었다.

그럼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쉬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갈 수 있냐고 말도 않된다고 그친구는 계속 ‘불가능’ 하다고만 하는 것이다.

난 계속 불가능 하다고, 자기는 못한다고 하는 매니저에게 딜을 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가면서 호텔에서는 잘 수가 없고, 내가 운전 하는동안 옆자리에서 가만히 앉자만 있어라.” “그리고 밥은 어차피 6~7시간 마다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니 그때 먹고, 필요한 물이며 간식이며 충분히 사서 차에서 먹고 자면 되겠냐?” ,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졸릴때는 위험하니 1~2시간씩 한 3번 정도만 해라, OK?”

이렇게 딜을 하고, 난 그 친구가 그러든가 말든가……, 퍼스에서의 보트쇼를 생각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다윈에서의 전시회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월요일에 새벽, 일찍 깨운다고 입이 댓발 나온 매니저를 태우고 서둘러 출발을 했다. 난 이미 전날 기름도 채웠고, 물이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이미 준비해서 차에 싣어 놓았다.그리고 가장 숏컷으로 갈 수 있는 길까지 다 찾아 놓았다.

드디어 퍼스로 출발이다. 난 벌써부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호주의 서쪽 끝 퍼스……, 여기도 처음 가는 도시 이기도 했지만, 꿈에 그리던 보트쇼에 드디어 참가 한다는 기대감으로 정말 운전을 그렇게 오래 해도, 전혀 피곤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고……., 이 세상의 넓음을 새삼 느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갔다.

한 1200 Km 정도 운전을 했나……. 서서히 졸리기 시작했다. 난 옆에 있는 매니저에게 한 1~2시간만 운전 하라고 하고 옆에서 바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꽤 오래 잔거 같았다. 일어나서 물어보니 1시간도 안 잤단다. 그래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잠깐 잤지만 너무 개운했다.

퍼스는 어떻게 생긴 도시일까? 또 보트쇼는 어떨까?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밤이고 낮이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나?’……., 또 졸음이 온다. 잠시 매니저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이번에는 2시간 정도 잔거 같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월요일 새벽에 출발하여 수요일 아침이다…….., 이제 퍼스는 사정권에 들어왔다. 이제 곧 도착이다. 몇번 잠깐씩 쉬면서 왔는데도 점심때 쯤이면 퍼스에 도착, 우선 전시회에 가서 담당자도 만나 눈도장도 찍고 간단한 서류와 전시회 입장할 때 필요한 배지(Badge)도 받아서 우리 스텐드에 와보니…….., ‘대박’ 완전 죽여주는 자리다….ㅋ 이런 자리가 캔슬이 나다니…….,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ㅋ

우리 자리의 Set-Up을 다 끝내고, 퍼스에서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저녁을 먹고 예약해 놓은 숙소로 왔다. 너무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보트쇼’……., 너무 기대가 된다.

보트쇼는 목요일 점심때 부터 시작이라, 아침을 여유있게 먹고 전시회장을 도착하여 시작 준비를 하고, 오픈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시……., 정말 사람이 그야말로 물 밀려 오듯이 들어 온다. 첫날 부터 얼마나 바쁜지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다. 잠깐 짬이 나서, 햄버거를 사서 오는데 멀리서 부터 우리 부스는 다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게 보였다. 바로 뛰어 와서 햄버거와 콜라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사람들을 상대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한가해지니 배가 고파왔다. 햄버거를 열어보니 빵이 소스에 다 젖어있었다. 햄버거를 사다 놓고 한 3~4시간이 지났나 보다.

얼마나 사람들을 상대하며 떠들었는지…….,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난다….ㅋㅋ

젖은 햄버거 그리고 얼음이 다 녹아 미지그리한 까만 설탕물이 된 콜라가, 잠시 의자에 앉아 아픈 다리를 잠시 쉬게 하며 한 입 베어 먹는데……., 정말 그렇게 맛있는 햄버거는 난생 처음 먹어 보는거 같았다.

3박 4일간 퍼스에서의 보트쇼는 그렇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정신 없이 보내면서 나름 충분하게 준비한 모든 물건들은 다 팔린지 오래고, 나중에는 돈만 받고 시드니에서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주소만 적고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가지고 설명하던 샘플까지 다 팔아 치웠다.

이렇게 성공적인 전시회를 마치고……., 난 얼마의 돈과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매니저에게 주고 공항에 데려다 주었다. 그당시 와이프도 같이 있었고, 시드니로 돌아가는 좁은 차안 공간이, 그 날 이후로 이 사람과 같이 하는것이 좀 불편하기도 했다. 다행히 전시회는 정신 없이 바빠서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없었다.

“조심히 잘 가고, 시드니에서 봅시다.” 한마디 하고 공항에서 헤어졌다.

와이프와 난 시드니로 돌아 오는 이 길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ㅎㅎㅎ 이제는 하루에 얼마를 가든 상관이 없었다. 이쁜 도시를 만나면 구경도 하고,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호텔이 있는 곳에서 잠도 푹 자면서 그렇게 여유있게 즐기면서 시드니로 가고 있었다.

퍼스에서 시드니로 가는 하이웨이를 달리다 보면 호주 남쪽 땅끝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는 장관 이었다.

시드니에 도착해서 하루를 쉬고 사무실을 나가보니 내 책상 위에는 사직서 한통이 올려져 있었다. 예상 했던 대로……, 나와 마주 치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머리에서 먼저 ‘불가능’ 하다고 생각을 하면, 그 일은 영원히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하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묵묵히 걸어 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가능’한 일이 된다고 적어도 난 믿고 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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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mgener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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