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청소기 속에서 찾은 5센트

한국에서의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 지면서, 돈줄이 끊기고…..,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는 난 너무 막막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아버지를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돈이 바닥이 나면서, 이제 살고있는 아파트의 렌트비는 고사하고, 전기, 전화 등등 각종 공과금도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어려움 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여러날을 굶으며 지내야 했다. 철저히 혼자였다.

겨울이라 해도 빨리 떨어 지고, 이미 전기도 끊겨 집안이 너무 깜깜하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배고픔을 참으며 누워 있는거 밖에는……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세상이 환해져 눈을 떠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 힘도 없었고, 아무 희망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을까…….

다시 눈을 떴다……. 이제는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는데,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죽던지, 아님 살기 위해 뭔가를 해야했다.

우선 뭘 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집을 뒤져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몰골도 말이 아니라 오랜만에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어보니 아무리 기다려도 뜨거운 물이 나올 생각을 않한다……..”아!!! 전기가 끊겼지”…..ㅋ 이와중에 실소가 나왔다. 벌써 몇일째 깜깜하게 살아놓고, 전기가 끊긴걸 찬 샤워물 앞에서 다시 실감한 것이다. 할수 없이 찬물에 샤워를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살갖이 찟어지는것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해본 건 처음 이었다. 덕분에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몸에 열이 나면서 정신도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는 바닥에 떨어져 어느 구석에 들어가도 신경도 않쓰던 작은 동전들을 찾아 아파트 이리저리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5센트 10센트….. 동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쩌다 찾은 25센트 쿼러는 큰돈이었다. 그러다 1불짜리 동전…… “대박, ” 너무 기뻤다….”OMG”

얼마나 뒤지고 다녔는지 정말 이제는 더 이상 없을거라 생각이 들었고, 이제까지 찾은 동전들을 세어 보았다……, 오래된 일이라 맥도날드 빅맥세트가 정확히 얼마 였는지 기억이 않나지만, 아마도 그 당시 4불 95 정도…….. 그런데 딱 5센트가 부족한 것이다.

아무리 다시 온 집안을 뒤져 보아도 그 5센트의 작은 동전은 나올 생각을 않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진공 청소기가 생각났다. 진공 청소기에 붙어있는 먼지와 작은 쓰레기들이 모여있는 그 통…….. 그 안에 있을거 같았다. 예전에도 그 통을 비우면서 작은 동전 몇개를 본 기억을 해낸 것이다…… ㅋ “나 천재 인가봐”…..ㅎㅎ 역시 그 작은 통안에서는 5센트 작은 동전 몇개가 내게는 희망처럼 나와 주었다.

그렇게 어렵게 모은 동전들을 주머니에 넣고 근처 맥도날드로 갔다. 가면서, 1불짜리가 한개 있긴 한데 거의 모든 동전이 5센트 10센트 짜리인지라 챙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수 없었다.

배고픔은 챙피함을 이긴다.

맥도날드로 들어가 빅맥세트로 주문을 하고 내가 물었다. “코인으로 좀 줘도 되냐구?” 그점원은 “오케이”란다….. “They are all money.” 코인 역시 돈이라고 하면서. ㅋ

돈을 내고 기다리는 동안 오랜만에 맡는 햄버거 냄새가 내몸의 모든 기관들을 자극한다.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 왔다. 사실 평상시에 맥도날드에 오면 빅맥은 시킨 적이 없다. 크기도 했고, 내 입맛에는 그닥…… 항상 20개짜리 치킨 너겟을 시켰었다. 머스터드 소스와 함께, 그러나 오늘 난 빅맥세트를 시키고 있다.

드디어 나왔다.

햄버거가 들어 있는 봉지와 콜라를 낚아채듯 들고 나와,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장이라도 먹도 싶었지만, 참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앉아서는, 종이 봉지를 열었다. 빅맥과 감자 프라이즈가 들어 있었다. 우선 콜라부터 한모금, 진짜 얼마만에 맛보는 달고 시원한 맛인가……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콜라 한 모금이 내몸을 깨우고 있었다.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햄버거를 싸고있는 포장지를 열어, 한 입을 배어 물고 씹기 시작 하는데….. 눈물이 흐른다. 갑자기 너무 서러웠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조용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이 와중에 평상시에 먹지도 않던 빅맥은 “왜 이리 맛있는 거야”…… 난 이때의 맥도날드 빅맥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정신을 좀 차리고, 일단 가지고 있던 것들 중, 돈 될 만한 것들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도 알아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는 사람들도 좀 만나고(다들 그동안 어디 갔었냐구들 한다…..ㅋ), 이리저리 일자리를 찾아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 문을 여는데 키가 맞질 않는다. 집을 잘 못 찾았나 싶어서 다시 집 번호를 보니….. “맞는데”…….그때 문에 붙여져 있는 메모가 보였다. 이미 렌트비를 밀리고 있었고, 나와 연락이 되지 않으니 부동산에서 와서 문키를 바꿔놓고 간 것이다. 이제는 뭐 어쩔 수가 없다.

정말 싫었지만, Eastwood에 사는 사촌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왠만하면 신세를 지기 싫었고, 이런 안 좋은 집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어서 그동안 연락을 않했는데….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려니 누나는 이미 스토리를 아는 눈치였다. 아마도 한국에서 전화를 누나한테 해서 그간 사정을 이야기 하고, 나의 안부를 물었던거 같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않돼?” 그러면서 빨리 짐싸서 오라고 한다.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누나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

부동산에 찾아가 사정 얘기를 하고, 보증금 있던거 밀린 렌트비로 계산을 해도 모자라, 남아있던 가구등을 다 남겨놓는 걸로 딜을 했다. 옷가지와 책 그리고 몇가지 중요한것만 챙겨 Eastwood로 갔다.

그렇게 누나네 집에서 지내게 되니 일단 렌트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음이 좀 편했다. 무엇보다 전기가 들어왔다. 샤워도 따뜻한 물로 할 수가 있었다. 밥다운 밥도 먹을 수 있었다. 눈치는 좀 보였지만, 몸은 편해졌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한국에서는 힘들면 돌아 오라고 했지만, 그냥 이렇게 돌아 갈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공부도 마치고, 여기서 일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청소일, 피자 딜리버리, 식당일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그때 내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전시회”………. 정말,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 온 것이다. 나는 이운명을 처음에는 알아 차리지도 못했었다. 그저 나에게 또 다른,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돈벌이의 알바에 불과 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어려움의 상황 이겠지만, 그 어려움을 겪을 당시는 어려움의 크고 작음을 떠나, 누구나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끝날것 같지 않은 시간도, 언젠가는 끝이 나는 날이 온다. 나도 그랬으니까……,

“비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해 진다고 했다.”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나면 이제 왠만한 일은 어려움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 된다. 이제 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거 같았다.

“절실함”은 그 무엇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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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mgener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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